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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살맛나는사회

금호 타이어, 사측의 폭력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배신에 아픈 노동자...

가슴 한 곳이 먹먹한,
화가 나다가도 배신감에 눈물부터 나는
그런 소식을 들었다.

친구들과 여성영화제를 보고 나와서 술 한잔 마시며 이야기 중이었다.
그 날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
이 체제와 사회가 얼마나 인간을 외롭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말하며.


비록 가난한 대학생들일지언정
5천원의 영화표와 몇천원의 돈을 걷어 마시는 맥주 한잔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쓰다듬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농성중이던 금호 타이어 노동자들이 사측에게 폭행을 당했다

"노동 조합 간부들이 이런 사태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한 노동자는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고 그러더라"


"너 블로그 아직 하지? 꼭 글 좀 써줘"


[속보] 금호타이어 사측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폭력 행사, 해고 비관 조합원 자살 기도
    금해투는 즉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LEFT21> 2010년 4월 11일


 금호타이어 노동자가 <레프트21>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관리자들 1백50여 명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이 소식을 곳곳에 알려주세요."

 또 다른 노동자도 기자에게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노무과에서 해고자 조합에서 철수 요구. 천막도 철거 요망. 경찰 투입하겠다! 조합 간부 한 명도 없음. 전파 요망!”


 금호타이어정리해고철폐투쟁위원회(이하 금해투)는 잠정 합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4월 9일, 고광석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며 조합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이 경찰 투입을 협박하며 천막 철거를 요구했지만, 금해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자 1천2백여 명을 해고한 냉혹한 사측과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고광석 집행부에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10일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광주 공장 3부 2과의 김옥상 씨가 신세를 비관해 유기용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내 나이 40세가 다 돼서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이 실감납니다”고 말했던 금호타이어 노동자의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이하 생략) 기사 전문은 표 상단의 기사 제목 클릭.



사측의 폭력에 분노하고, 노동조합 지도부의 배신에 슬퍼졌다.

난 노동조합, 특히 민주적 노동자들의 조합인 민주노총을 절대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총은
이 땅의 모든 가치를 생산함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누려 본 적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대학생들이
5천원의 영화표와 몇천원의 돈을 걷어 마시는 맥주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쓰다듬을 수 있는 것에 비할 바 없이
큰 위안과 힘을 주는 그런 공간이기 때문이다.


 △박종태 열사를 죽인 자들이 모든 노동자들을 짓밟으려 한다. ⓒ사진 이윤선
                                                                                    <LEFT21> '화물연대 탄압을 중단하라' 기사 중

나는 그런 노동자들을, 그런 노동자들과 함께 보다 나은 삶과 미래를 만드는 데에
헌신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쳐 온 노동조합 지도부(간부)들을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속에서 여러차례 보았다.

1천 2백여명의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는 건 분명 금호타이어 사측이다.
이런 사측의 공격에 함께 싸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들의 배신이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사측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곱고 좋은 말로 포장한다 한들.
함께 아파하고 서로 쓰다듬고 어께 걸고 싸워야 할 친구들을 배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큰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프게 하지 마라.
그리고 아파할 때, 그들을 외면하지 마라.

왜 이들이 아파야 할까?
그저 남들 사는 만큼, 남들 하는 만큼 살고.
나 사는 만큼 남들도, 나 하는 만큼 남들도 하는 그런 세상.
그런 소박한 꿈을 꾼 이들이 말이다.

이 글을 쓰며 몇번을 운다.

이수진 씨가 부른 아프게 하지 마라 라는 노래가 당분간 내 귓가를 떠나지 않을 듯 하다.

아래 영상은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점거 투쟁 당시의 영상을 편집한 내용이다.
당시에도 노동조합 지도부의 태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그 후, 다시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모습을 아직 기억한다.

그러나 2010년...
쌍용차의 노동자들의 영웅적 투쟁, 그러나 아쉬웠던 그 때처럼.
금호타이어의 노동자들이 외롭지 않길 바란다.

다시는 외롭게 삶을 송두리째 뺏기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외면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영상출처: 프롤레타리아 네트워크 뉴스: 본문을 보시려면 본 괄호 안을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