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젊은대학

[홍익대학교 점거 농성 투쟁 소식] 뒤늦게 지지한다는 중앙운영위원회 및 총학생회. 하지만 여전히 못미더운 이유는.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 hongika.com에 올라온 중앙운영위원회 명의의 입장 글.
링크:  http://hongika.com/xe/?mid=notice&document_srl=31106&comment_srl=31226&rnd=31230#comment_31230

 문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외부세력과 함께하는 점거 농성을 인정할 수 없고, 학습이나 편의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상 조건부 지지 입장입니다. 과연 그 조건을 충족하면서 학교당국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들은 존재할 수 있는지 우려와 걱정이 앞섰습니다. 감히 '외부세력'이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홈페이지 공지 글에 아주 장문의 답글을 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명지대학교 경영정보학과 04학번 박용석이라고 합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학생회가 이제야 기존의 어처구니 없는 입장을 철회하고 지지 입장을 내시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위 글의 세번째 문단을 보면, 여러분이 이 투쟁을 지지하고자하는 것인지 입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환경을 지켜주셨던 노동자들이 아닌, 외부세력의 학내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라도 반대하는 입장이며,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저는 지난 3일, 총장실 점거농성 소식을 듣자마자 홍익대학교로 달려와 그날부터 매일 홍익대학교에 노동자들을 도우러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명지대학교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246일간이나 천막농성을 해서 겨우 복직할 수 있었던 행정조교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때문에 홍익대학교의 일이 아직까지도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 이 과정에서 학교 당국에 징계협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돕는 일이 훨씬 올바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란 거대재벌기업에 맞설 때, 일개 학생인 저는 너무나 무력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외부세력'의 도움은 너무나도 절실한 것들이었습니다. 징계를 당할 때를 대비해 모금과 후원을 해주시고, 징계협박을 규탄하는 성명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다함께 등에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사태를 알리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도 여러분이 외부세력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도움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저 역시 다함께란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구요. 

여러분의 말씀대로라면 저는  여러분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는 외부세력 이 되는건가요?
언제부터 대학이란 공간이 이토록 폐쇄적이고 편협한 공간이 된 것인가요?

 1. '학내점거나 농성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하셨는데 그럼 노동자들이 일체의 대화에도 나서지 않는 학교 재단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 사태의 해결을 촉구 할 수 있을까요? 점거와 농성을 해제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굴까요? 학생입니까? 학교입니까? 외부세력 없이 노동자들만 외로이 남겨진 농성장을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중앙운영위원회의 대표자들이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부세력이란 말을 더이상 거론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2.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말씀하시지만, 과연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학우들의 학습권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면서까지 존중받아야 할 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헌관 1층에 떡하니 붙여놓은 중앙운영위원회 입장 옆에 붙어있는 두개의 다른 글들을 보셨을겁니다.
 
 하나는 제가 쓴 대학생 <다함께 명지대 모임> 명의의 글이고 다른 하나는 <이화여자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의 입장 글입니다.

누군가 그 두 글을 여러분의 입장 글 옆에 옮겨 놓으셨더군요.
그리고 그 위에는 이렇게 적어 붙여놓았습니다.

 ' 2011년 1월, 같은 시대 너무나도 다른 학생들의 모습, 학우 여러분 누구의 의견이 더 올바른 것일까요? '

 

아래는 제가 쓴 글입니다. 이 글이 문헌관 1층에 있는 여러분의 글 바로 옆에 붙어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해주세요!

 

 2011년이 열렸습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3일, 홍익대학교에서는 총장실 앞을 170명의 노동자들이 가로막았습니다. 총장에게 대량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홍익대학교 시설노동조합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미화노동자들과 경비노동자들이 함께 설립했습니다. 미화노동자들의 한 달 식대는 9천원, 하루로 환산하면 3백원입니다. 한 달 임금은 75만원. 최저임금에도 약간 미달하는 임금입니다. 이 돈을 받으면서 한 주에 45시간 동안 일해 온 미화노동자들, 24시간 맞교대로 일해 온 경비노동자들은 이젠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홍익대학교 당국은 ‘외부세력’을 언급하면서 노동조합 출범식조차도 학교에서 못 하게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노동조합 출범을 도운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집에 전화를 걸고, 징계 협박까지 했습니다. 누군가 조금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재단의 돈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그 재단적립금 말이에요. 홍익대학교 당국에게는 인간다운 삶과 기본적인 권리보다 재단의 돈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홍익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등에서도 숱하게 벌어져왔던 일입니다. 심지어 명지대에서도 얼마 전, 무더기로 행정조교들을 해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대신,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화된 대학에서 우리는 어떤 교육을 받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홍익대학교 총장실 앞에서는 고려대, 동덕여대, 성신여대에서 시설 노조를 만들었던 미화원 분들이 발언을 했습니다. 학교가 아무리 부당하게 굴어도,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투쟁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 동국대학교에서도 5일 동안 학생들과 점거했던 시설 노동자들이 고용을 보장받았습니다. 가까운 연세대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리들이 이런 세상을 좀 더 사람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그런 인간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지대학교 학생 여러분, 홍익대학교 시설 노동자분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십시오.

 

※ 함께 연대합시다!

지지 방문에 참가하고 싶은 학우들은
박용석(경정04) 010-5679-1917로 연락해주세요!


2011.1.3

다함께 명지대 모임

이글 여러분들의 학교, 총장실 앞에서 썼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린 글입니다.

바로 어제 제가 쓴 기사도 올립니다. 이 기사는 여러분의 입장 글이 나오기 전에 쓰인 글이지만, 앞서 제가 말씀드린 몇가지의 이유로 아직 이글에 있는 여러분에 대한 비판은 유효한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 홍익대학교

해고를 철회하고 임금을 인상하라

박용석 <레프트21> 48호 | 발행 2011-01-08 | 입력 2011-01-06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월 3일부터 학교 본관 점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학교 당국이 새해 벽두부터 미화ㆍ경비ㆍ시설 노동자 1백70여 명 전원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1월 2일, 새해 첫 출근을 한 시설 노동자는 비밀번호가 바뀌어 작업실에 출입할 수 없었고, 미화ㆍ경비 노동자들은 대기실과 경비실의 열쇠마저 빼앗겼다. 어떤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이 벌어진 대량해고였다.

대부분 50~60세의 고령인 노동자들은 울분을 터뜨리며 곧바로 총장실로 향했고, 노동자들의 기세에 놀란 총장 장영태는 시무식도 못하고 꼬박 8시간 동안 총장실에 숨어 있었다. 아파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며 휠체어를 타고 쇼를 하던 장영태는 한시간 뒤 뛰어서 도망쳤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2일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학교분회를 출범하고, 고용 승계와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여 왔다. 출범 초기부터 82퍼센트가 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등 노동자들의 기세는 매우 높았다.

특히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잇따른 투쟁 승리가 이들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동국대 등 많은 대학에서 노동조합이 조직됐고, 통쾌한 승리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홍익대 당국은 이런 기세를 꺾으려고 전원 해고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 대학의 학생운동 기반이 취약해진 것도 한몫했다. 학교 당국에 협조적인 총학생회는 점거농성이 시작된 바로 다음날,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동조합이 비상식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는 학교 당국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액은 겨우 시급 1천 원 가량밖에 되지 않는 데다, 하루 3백 원 꼴로 지급하던 식비를 현실화하라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요구다.

더구나 지난 몇 해간 홍익대학교의 등록금은 가파르게 치솟았고, 지난해 인문대학 등록금은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그러는 동안 재단 적립금도 4천8백억 원을 쌓아 전국에서 세번째로 많다. 따라서 노동자와 학생 들이 함께 대학 재단에 맞서야 한다.

다행히 일부 학생들이 인상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징계협박과. 소모임 해체를 협박했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농성에 함께하고 있는 홍익대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연대를 확대하겠다고 결의했다. 다함께, 학생행진, 소모임 ‘다락방’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서명도 조직하기로 했다.

이들이 힘을 모아 연대를 건설한다면 충분히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언론조차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을 동정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근에 있는 연세대ㆍ이화여대ㆍ명지대 총학생회들도 연대투쟁에 동참하기로 했고, 타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1월 11일 전 조합원이 단축 근무를 하고 홍익대학교로 집결해 대규모 연대집회를 갖기로 했다. 

탄탄한 우호적 여론에 이런 연대 투쟁을 잘 결합시킨다면 수년째 이어져 온 미화 노동자들의 승승장구는 이번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두 글을 보시고 여러분이 드는 생각은 무엇입니까?

부끄러움입니까? 분노입니까?

누구에 대한 부끄러움입니까?

누군에 대한 분노입니까?

 

제가 쓴 <다함께 명지대 모임>입장 글에 저의 전화번호가 있으니 혹시 제가 제기한 의문이나 비판이 부당하다 여기시면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더불어 좋은 시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전문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성복 시인의 '그날'이란 시입니다.

 

기억나는 부분만 적습니다.

 

'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오늘 농성장에서 나오기 전 농성장을 찾아 온 총학생회장님과 미대 학생회장님 뵈었습니다.

두분은 저를 못보셨겠지만, 전 두분이 왔던 걸 알고있고, 두분이 조합원들께 어떤 이야기 드리고 갔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을 제가 적는 건 조합원 분들과 홍익대학교의 진짜 멋진 친구들을 무시하는게 될 것 같아 적지 않습니다.

 

앞에 말한 이 시.

두분을 위해 다시 읊어드리고 싶네요.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