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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젊은대학/명지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결사 투쟁이란 말은 너무 슬프자나요. 그냥 단결할래요.[대학노조 명지대지부 창립 선포식, 그리고 이날이 오기까지...]

대학노조 명지대지부 창립 선포식, 
이날이 오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결사 투쟁' 한문어를 그대로 풀어 쓰면 죽음을 각오한 싸움을 하겠다는 결의에 찬 외침이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이 말을 사용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말 만큼 슬픈 말이 또 있으랴.
누가 이들을 죽음을 각오한 싸움터로 몰아가고 있는가?

지난 12월 19일,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용인)에서는 학교당국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이후 힘겨운 싸움 끝에 이제 막 노조결성이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큰 첫발을 내딛은 대학노조 명지대지부의 창립 선포식이 있었다.

이 날이 있기 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학내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기에 학교 당국으로 부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은 135명의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웠다.


명지대학교 신문사에서 이들의 부당해고 사실을 취재한 기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사가 실린 부분만삭제된 채 발행되었고, 
 

학교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에 게재한 글이 학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삭제 되고 홈페이지 아이디가 정지 당했다.

다행히 부당해고 당한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을 돕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연명자보를 제작하여 학교에 부착했고,
(2008/12/10 - [GO~젊은대학] - 명지대학교 비정규직 조교 부당해고 반대 연명자보 2차)

자신들이 속한 단체나 학생회 이름을 내건 자보를 부착했다.
(2008/11/14 - [GO~젊은대학] - 명지대학교 당국의 비상식적 조교 135명 대량해고 규탄한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의 의사표현조차 가로막았다.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의 소식을 다룬 자보는 부착 허가조차 내주지 않았고, 허가를 받지 못해 그냥 부착한 자보는 1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철거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학교 홈페이지 아이디 또한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의 그것과 같이 정지당하고 경고가 주어졌다. 일부 학생단체 대표자들에겐 보직교수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다. 12월 9일에는 이런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당해고당한 비정규직 일반조교들과 함께한 학생들이 노동자와 학생들간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는 이나마도 불허하고 방해했다. 그러나 다행히 학교 당국의 자치활동 탄압의 경험이 많은 학생들은 미리 학생명의로 강의실을 대여해 두었고, 그 강의실에서 안정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대학노조명지대지부>, <다함께명지대모임>, <사회과학대학생회>,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 <민주노동당명지대학교당원모임>이 공동주최한 '비정규직 노동자-학생 간담회'행사는 학교의 불허가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두개의 강의실을 대여해 두었었다. 그 중 하나는 대학노조명지대지부의 명의로 대여했었다. 

이후 행사 당일 학교당국의 불허통보로 인해 본 행사를 진행한 곳은 학생 개인의 명의로 대여한 강의실이었다.
   
학생들이 대학 당국의 탄압경험이 많아 미리 이와 같은 조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면서도, 씁쓸하기만하다. 왜 대학 경험이 많은 3학년, 4학년 학생들이 이와 같은 일들에 노련하게 대처할 능력을 갖춰야만 하고 갖출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생자치권으로 대여한 강의실임에도 학교 당국은대학노조 명지대지부의 서수경 지부장에게 '강의실 무단점거'라는 말도 안 되는 사유의 경고장을 발부했다.  




그간 있었던 우여곡절의 대강은 이렇다. 일일이 나열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본격적인 저항을 시작한지는 이제 겨우 3달이 조금 못되었지만 말이다. 아직 명지대학교 비정규직 일반조교(행정사무원)들에게는 이런 일들이 낯설다.

 아직은 투쟁가들이 익숙치 않아 꼬깃꼬깃 적은 종이를 바라보며
'단결투쟁가'를 서투르지만 힘차게 부르는 서수경 지부장은 말한다.


열심히 일했던 본교(해고당한 일반조교 80%가 명지대학교 졸업생)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보가 날아들었다. 해고사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며 40명은 8월까지, 95명은 내년 2월까지 나가라고만 했다. 40명은 이미 해고 됐다. 13년간 일한 그 분은 커피머신에 비유됐다.
커피머신 하나 놔두면 되지 왜 그 자리에 13년씩이나 있는 사람이 있냐고 한 학교 임원이 말했다. 그 곳에 일하던 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사람을 커피머신에 비유하는지 너무나 화가 치밀었다.(이 말을 하며 서수경 지부장은 눈물을 흘렸다.)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 학교에 여러가지 것들을 했다. 변호사도 찾아갔었다.
변호사는 우리가 이길거라고 말했다. 소송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나 소송에 이긴다고 해도 무엇이 남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정당하게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해고당하더라도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통해 해고되고 싶었을 뿐이다. 왜 우리가 갑자기 머리띠 두르고 결사-투쟁이란 낯선 단어를 외치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결사 투쟁이란 단어는 너무 슬프다. 우리는 다같이 잘 살자고, 나 하나 잘 살자고 싸우는게 아닌데 죽음을 각오한다는 말은 너무 무섭다. 우리는 살고 싶다. 살고 싶어서, 나 뿐 아니라 앞으로 남은 삶이 더 많은 모든 이들이 더 잘 사는 세상을 위해서 싸운다. 사실 이 말은 대학노조 가입 후 대학노조 조직국장님한테 들었다. 나는 이 말이 너무 맘에 든다. 언젠가 내 아홉 살 난 아들에게 엄마가 졸업한 모교이자 일터가 명지대학교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상태론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송년회>에서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 서수경 지부장 발언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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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 [GO~젊은대학] - 내가 다니는 대학이 바로 기륭이었고, 이랜드였다. (명지대학교 비정규직 행정사무원 해고 반대 투쟁에 연대하며...)

2008/11/01 - [GO~젊은대학] - 명지대에서도 노학연대가 필요하다.<저항의 촛불 11호 독자편지 기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