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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운동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 후기

4월 10일 <레프트21>이 주최하고 ‘다함께’가 주관한 ‘코펜하겐에서 볼리비아 코차밤바로 ─ 기후정의 운동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가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회의 실패 이후,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의 호소로 4월 19일부터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이하 볼리비아 기후회의)를 맞아 기후정의 운동의 쟁점과 전망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지난 코펜하겐 회의에 참가한 녹색연합 이유진 활동가와 볼리비아 기후회의에 참가하는 <레프트21> 장호종 기자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유진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난해 말에 열린 코펜하겐 회담이 실패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강대국들의 무책임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유진 활동가, “세계적 기후정의 운동의 탄생이 코펜하겐의 성과다.” ⓒ사진 임수현 기자

지금까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왔고, 지금도 제3세계에서 자원을 수입하려고 그 땅의 민중들을 내쫓고 있는 강대국들이 기후변화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도 버마 민중을 약탈하며 가스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유진 씨는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내복을 입어야 한다”며 선진국에 사는 개개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개인적 변화뿐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안에도 개방적이었지만 말이다.

한편 이유진 씨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다양한 사업에 녹색칠을 해 주는 ‘그린 워시’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친환경 녹색 사업으로 포장하는 것뿐 아니라 필리핀에서 환경보호라는 명분으로 어부들이 바다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사례, 라틴아메리카에서 원주민들을 내쫓고 나무를 심는 ‘1달러 나무’ 사업 등을 비판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전시행정으로 녹색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1백여 가구에 1백46억 원을 투입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실제 친환경적인 사업을 하려면 그 돈으로 농촌이나 빈민들의 집에 단열 설비를 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활동가는 코펜하겐 회의에서 본 긍정적인 점을 “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적극적 행동”, “세계적 기후정의 운동의 탄생”으로 정리했다.

전 세계에서 대중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350 운동’[이산화탄소 농도를 3백50ppm으로 낮춰야 한다는 운동]에 나섰다는 것,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처럼 기후변화로 더 큰 피해를 입는 제3세계 지도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곧 열리는 볼리비아 민중회의는 기후정의를 위한 운동에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정의 운동과 사회운동의 결합

다음 연설에 나선 장호종 <레프트21> 기자는 마르크스주의적인 관점에서 기후정의 운동의 쟁점과 전망을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주의가 기후변화에 무관심하다는 환경운동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후정의 운동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관점은 기후 문제에 대해 국가ㆍ기업이 져야 하는 책임과 평범한 사람들의 책임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강대국들이 기후변화에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들인 석유ㆍ자동차 기업의 이윤을 침해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평범한 사람들은 관여한 적이 없다. 그런데 환경 문제의 책임은 보통 사람들더러 지라고 한다.”

△장호종 기자, “볼리비아 기후회의는 코펜하겐 운동의 세례를 받고 태어났다.” ⓒ사진 이윤선 기자

따라서 단지 사람들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철도요금은 올리고 승용차에는 보조금 주면서, 사람들이 승용차를 선택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게 현 사회라는 것이다.

장호종 기자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사람들은 따뜻한 물도 못 쓰고, 비누도 못 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며 미리 소비 수준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삶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막자고 하는 운동은 사람들을 기후정의 운동에 동참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정의 운동은 “절약 캠페인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수송체계 개편, 에너지 효율 개선, 주택, 빌딩 단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사회운동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호종 기자는 최근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핵에너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체르노빌 사고의 예를 들면서 핵에너지는 우선 굉장히 위험할 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을 포함한 핵발전 단가는 풍력 발전보다도 비싼 에너지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들이 핵에너지에 집착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과 연관돼 있다.

한 건국대학교 학생은 “‘시골의사’ 박경철 씨는 포스코가 탄소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환경 기업이라고 하던데 여기선 반대되는 내용을 들었다”며 기업의 친환경 사업을 어떻게 봐야 할지 질문을 던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연구해 논문을 썼다는 다른 참가자는 “포스코가 저탄소 기술을 만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 포스코는 비 오는 날 청산가리의 일종을 몰래 배출한 적도 있다” 하며 포스코의 생색내기를 비판했다.

또, “포스코에서 날리는 철가루 때문에 지역 주민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듯하다고 지적하고 “그 지역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자동차 노동자들이 친환경 생산 전환과 일자리 창출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사진 이윤선 기자

한 기아자동차 노동자는 “지금 전 세계에서는 1년에 자동차가 6천만 대씩 팔리는데 1억 대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각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을 하느라 설비를 더 늘리고 있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하고 주장하고 이런 돈을 돌려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너무 위험하다”, “고층빌딩엔 창문이 없다. 환기와 통풍에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정부는 이런 걸 규제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 문제는 정치와 생존 문제

이유진 활동가는 정리 발언에서 “기후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생존 문제”라며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이오연료처럼 곡물을 에너지원으로 쓰자는 식의 대책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결국 기업 문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삼성, 롯데, 한국타이어 같은 반환경적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녹색 유령과 싸워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호종 기자는 “볼리비아 기후회의는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거대한 운동의 세례를 받고 태어났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개개인의 삶을 바꾸려는 시도는 소중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와 기업들에 기후변화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 “정부를 갈아치우면서 나가야”만 기후변화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 공식 포스터

‘기후정의 운동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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