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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젊은대학/차별받는 한양대학교 노동자들의 투쟁

차별 철폐 쟁취! 대학노조 한양대학교 2지부 파업 출정식에 다녀와서.


한양대학교에서는 일반 직원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학사지원직원들에게 정규직원 임금의 65%의 임금밖에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노동자들도 이전에는 사립학교법의 교원신분과 비정규직법 사이의 맹점을 악용한 불법적 고용형태인 조교였다고 한다. 이후 학교 당국과의 교섭을 통해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전환됐지만, 학교 당국은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양대학교 당국은 '일 시킬 때는 직원, 월급 줄때는 조교'식으로 제멋대로 노동자들을 차별대우 해왔다고 한다. 이에 학사지원직원들은 학교 당국에 수차 교섭을 요구했지만 결렬되었고, 지방노동위원회 판결까지 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당국과의 교섭은 계속 됐으나, 오히려 학교 당국은 파업 이후의 내용들에 대해 논하는 등 파업이라는 상황을 막아보고자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의 서쪽 끝 명지대학교에서 서울의 동쪽 끝 즈음에 자리한 한양대학교까지 가게 됐다. 이들은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바로 어제가 그 파업 출정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명지대학교에 연대하러 와주던 한양대학교의 노동자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꽤 멀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가까워서 예정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 김에 학교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새로 지은 듯한 신본관은 어딘지 모르게 학교와 어울리지 않게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사립대학들은 대체 건설사인지 교육기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건설에 열을 올리곤 하는데 한양대학교도 그런 듯 했다. 건물 지을 돈은 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고 학생들의 복지에 쓸 돈은 없는 곳이 오늘날 대학의 모습이란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잠궈 놓은 상태여서 내부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어느 대학이나 그렇듯 가장 낡고 초라한 건물, 학생회관으로 들어갔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학사지원직원의 투쟁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어떤 대자보가 붙어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며 대체 그렇게 신규건물 건설에 열을 올리면서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을 위한 건물인 학생회관은 항상 다 쓰러질 듯 초라하고 낡은 건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또 한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학생회관에서 본 풍경은 조금은 아쉽고 안타까웠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자보는 고사하고 다양한 사회적 쟁점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적은 자보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학이란 공간에 그런 문화들이 많이 사라졌다 할지라도 행사알림 소식쯤은 붙어있어야 할 그 곳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학사지원직원 전면파업을 알리는 성명서와 입장 글 외에는 어느 것 하나 부착되지 않은 휑한 게시판처럼 이들의 투쟁이 외롭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명지대학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언로를 차단하기 위해 클린 캠퍼스 운동이란 이름으로 하루에 세번씩 일부 학생들에게 봉사학점을 줘가며 부착 허가를 받지 못한 자보들을 철거했었다. 학교에 비판적인 내용의 게시물은 허가를 받지 못했고 모두 철거됐다.

학교 홈페이지 아이디를 차단하고,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본인을 비롯, 일부 학생들의 아이디는 복직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접속이 차단되어 있는 상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대학당국과 학교를 개인의 사유재산인 양 하는 총장과 이사들이 노동자와 학생이 힘을 합쳐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게 될까봐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립대학에서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를 축적하던 자신들이 더이상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지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등에서는 비리 재단(실상 사립대학 재단 중 비리재단이 아닌 곳은 거의 없다)의 총장과 이사진을 몰아냈다. 이것은 대학의 노동자와 학생, 교수들이 함께 힘을 모아 싸운 결과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이 비리재단들이 슬금슬금 다시 대학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기구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대학 구성원들의 저항으로 물러나야 했던 상지대학교의 비리 총장이 대학 재단으로 복귀하는 것을 승인했다.

때때로 학생들은 노동자들, 특히 저임금의 노동자들의 삶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무관한 일인냥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와 대학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길 바라는 학생들에게 가장 주요한 동맹세력은 바로 노동자다. 노동자는 그럴 수 있는 힘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회 집단이다. 더욱이 이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복지가 후퇴하고, 임금의 삭감되는 것은 학생들의 미래가 그렇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에 도착해서 학생회관을 둘러보고서 들었던 걱정은 다행히 걱정일 뿐이었다. 파업 출정식 연대발언으로 공과대 학생회장이 "앞으로 더욱 많은 학생회, 더욱 많은 학우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돼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를 위한 시혜적 동정이나 자비 따위의 것이 아니다. 바로 학생들, 우리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다.

명지대학교에서의 작년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바로 이와 같은 점들을 잘 이해하고, 학우들에게 동참을 호소하고 설득 해냈는가 하는 자문에 부끄러워진다. 하여 한양대학교에서는 이전의 대학들에서 벌어진 그 어느 노학연대의 모습들보다 더 잘 해주기를 바라고 응원하고 싶다.


명지대학교 비정규직 행정조교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에 연대할 당시 자주 외쳤던 구호와 한양대학교 노동자들의 요구를 합친 구호로 글을 마친다.

노동자의 오늘은
학생의 미래다!
차별철폐
쟁취하자!




 

<명지대학교 노동자 학생 협의회> 학생실무간사 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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