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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사립대학의 "종교교육강제" 구제 방안은 없는 걸까? - 국가기관 종교자유권 관련 법제 문의 수기

현재 종교재단 학교에서는 채플 등의 종교 활동을 강제하고 있다. 이것은 애초에 종교재단 학교에 입학할 때 학생들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강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개인의 종교자유는 반드시 보장 받아야할 기본권이라는 생각에 해당 법제기관들에 이에 대해 개인의 종교자유권을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알아보게 됐다.

처음으로 문의한 곳은 대학의 문제다 보니 교육인적자원부였다.
“학내 종교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와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인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전화를 받은 민원상담실 직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법적 기준에서 사립대학의 수업에 대해서 강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한다. 대학의 교육권과 개인의 종교적, 양심적 자유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소원이란 절차를 사용해야 하는 것 같다며 헌법소원에 대해서 법무부에 문의해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두 번째로 법무부 법제처에 문의했다. 말을 몇 마디 꺼내기도 전에 교육부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다면 역시나 법제처에도 법적 기준이 없는 것이란다. 현행법만을 다루는 법제처보단 헌법소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에 문의하라고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개인이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가르쳐 주신다. 하지만 친절한 설명이라기 보단 “너 따위가 무슨 헌법소원이냐?”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이왕 칼 뽑은 김에 알고 싶은 건 다 알아보자’, ‘헌법소원을 하던 하지 않던 궁금한 건 못 참겠다’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초라하지만 결연히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해서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에 전화를 걸게 됐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부터 귀찮음과 시큰둥함이 배어나오는 거만한 태도의 공무원이었다. 무엇을 문의하는 것조차 짜증난다는 듯한  태도에 불쾌함을 가까스로 참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앞서 문의한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다른 기관들이 결국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에 대해 문의하라고 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헌법소원 절차가 홈페이지에 있으니 검색해보란다. 마치 검색해보지도 않고 문의한 것이 큰 잘못이란 듯이 쏘아붙이는 태도에 “민원상담실 공무원이 이렇게 불친절해도 되는 겁니까?”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일단 참았다. 아직 물어볼게 남았는데 그런 이유로 이 사람과 실랑이를 벌여 오래도록 통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질문을 요약해서 한 번에 끝내고자 “그러면 이런 헌법소원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실 수 없나요?”란 질문과 “헌법재판소에 이런 이유로 헌법소원을 한 경우와 판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란 두가지 질문을 했다.
아주 바쁘신 분이신지 앞의 질문은 답도 하지 않은 채 “홈페이지 안 보셨어요?,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자나요”라며 대놓고 짜증을 낸다. 정말 “야 이 XXX야 너 공무원 맞아”란 말이 대뇌 후두엽에서 맴돌았으나 소뇌 전두엽까지 타고 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아 홈페이지에 있군요, 제가 미처 보지 못했네요”란 뇌에서 나오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고 말았다.
어쨌든 물어볼 건 다물어봐야지 이따위 굴욕을 당했는데 알고 싶은 것마저 다 알지 못한다면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한 번 또박또박 앞의 두 가지 질문을 반복했다. 
나의 오기가 통한건지 바쁘신 공무원님께서 시간이 좀 한가해지셨는지 헌법소원이란 개인이 진행하기엔 절차가 복잡하고 힘드니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하란다. 그곳의 이름을 처음들은 나로서는 그곳 연락처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와의 통화를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공무원님의 의도를 십분 이해해드려야 했다.

어쨌든 공무원보다 5만 배는 친절한 인터넷포털 검색을 통해 대한법률구조공단 홈페이지 전화번호를 찾았다. 국번 없이 132만 누르면 되는 번호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앞서 통화한 그 누구보다도 친절한 목소리로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누르란다. 녹음된 목소리였다.
검열 받는다는 기분에 내키지는 않지만 이미 앞서 당한 일련의 과정으로 오기가 가득했기에 그런 건 어쨌든 상관없었다. 몇 가지 선택사항을 번호로 누르고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앞서 여러 곳에 문의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여태까지 들었던 모든 대답과 비슷한 대답을 하며,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그의 말을 가로채고 “기본권을 침해 받았을 때 법률적 구제기능이 헌법소원이라 알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오늘 하루 동안 법 공부 좀 하셨다. 나의질문에 불쾌함을 나타내며 자신의 설명을 끊지 말라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법률용어를 남발하는 그의 설명을 한참 들어야 했다.
장황히 설명한 그의 말의 요점은 사립학교의 학칙이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개인의 자유침해는 그것이 아무리 헌법에 보장돼 있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 민사소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곳에 진정을 해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이 되면 민사소송에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징정서부터 작성해보라고 한다.

약 1시간 30분여 4군데의 기관과의 힘든 실랑이가 끝나고 나니 너무 힘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힘 빠지게 만들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보너스로 공무원들의 떠넘기기식 태도와 불친절함까지 곁들여지니 아주 '금상첨화'에 '화룡점정'이었다.
오늘은 이미 5시가 넘었다. 퇴근만은 칼같이 지키는 공무원이란 걸 잘 알고 있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다지 애국자는 아니지만, 더 이상 이 나라 대한민국에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전화를 해볼 생각이긴 하지만, 이제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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