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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 Il postino >> - 마이클 래드포드 (1994년 作)

Il posti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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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1994년 作)
주연: 필립 느와레(네루다 역), 마씨모 트레이시(마리오 역), 린다 모레티(로사 역)

영화의 전개는 전혀 빠르지 않고 느리고 한적하다. 빠른 전개와 현란한 효과, 예상치 못한 반전 등에 중점을 두는 관객에게는 이런 영화의 느리고 가공되지 않은 전개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은유(Metaphor)로 표현되는 인물과 시대의 긴장감. 짧고 간략한 대사마다 묻어나는 시적 긴장감이 있다. 대사와 인물간의 감정에 충실한 감수성 예민한 관객이라면 극중 '마리오(마씨모 트레이시)'의 대사처럼 "배가 단어의 파도에 이리저리 튕기는 것 같아..."서 "멀미를 느끼기 까지..."할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대사가 내포한 인물들의 감정을 좇아 의미를 해석하며 여유롭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유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사실 이 영화를 찾아 보게 된 계기는 한국영화 '연애소설'(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주연)에서 세 주인공이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 후 각자 집에 돌아간 후 읊는 대사가 감명 깊어서였다. 그때 그들이 함께 본 영화가 바로 Il postino(우체부)였다. 그래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았고 그래서 더욱 대사와 그 긴장감(운율)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Mario:
네루다 선생님 큰일났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Neruda:
별 일 아니군.... 그런 건 금방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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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난 사랑에 빠졌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연애소설'의 세 주인공의 대사는 바로 극중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루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이 대사를 처음 '연애소설'을 통해 보았을 때 이 대사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이 첫눈에 반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의 묘사를 이토록 솔직하면서도 아릅답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런 나의 생각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시적 대사의 풍미를 넘어...
대사와 이탈리아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만으로도 오감을 즐겁게 자극시켜주는 영화는 이성적 감동마저 선사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사전 이해나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이 영화를 보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탄을 자아내는 영화였기 때문에, 이후에 찾은 자료나 역사적 사실관계를 가급적 배제한 채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상의 부분에만 중심을 두며 영화평을 쓰려 한다.

영화는 젊은이들이 도시의 노동자로 빠져나가고 섬마을에 남은 몇 안되는 (무능력한)젊은이 '마리오'에 대한 아버지의 꾸중으로 시작한다. 마리오는 '백수'다. 그렇다고 세상에 어떤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공장의 부속품으로 '노동자'라는 이름이 아니면 살아가지 못하게 된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은유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리오'는 섬사람의 주 생업인 '고기잡이'를 위한 '배'를 타지 못할 뿐이다. '배'를 타는 것이 두려운 마리오는 섬을 나가 도시로 나가지 못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마리오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그 섬에는 없다. 그런 섬마을에 '네루다'가 오게 된다.
칠레에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추방당한 '네루다'를 수많은 대중(더욱이 미모의 여성들)이 환영하는 것을 내심 못마땅해하며 일면 부러워하는 '마리오'는 그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박받지 않기 위해 섬 전체에 수취인이 단 한명뿐인 '네루다'에게로의 우편물 배달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인간은 돈으로 살지 않는다. 다만 어떤 바램으로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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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소외'에 대해 '마리오'는 유쾌한 방식으로 비껴나간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았다. '네루다'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에게서 여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비결(시)'을 배우기 위해 우체부가 되었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즐겁고 발칙한 은유로 가득한 영화 속에서 그 은유를 발견하는 은근한 재미를 느끼며 영화에 몰입하고 있을 즈음. 이 영화의  제목인 'Il postino(우체부)'가 사실은 가장 큰 은유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단지 필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파시즘이 이탈리아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마리오가 사는 섬마을에도 파시즘이 영향을 미친다. '마리오'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네루다'와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대화 속에서 사회주의자가 되어가고 '파시즘'정권의 추악함에 반대하는 투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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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는 '마리오'를 사회주의자로 만들고 떠난다. 그는 마리오에게 자신의 주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마리오'는 '루소'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루소' 이외에는 아름답다고 여겨본 적이 없는 섬 곳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바람', '파도', '바다', '배', '아버지의 그물소리', '파블리토<네루다의 성을 딴 마리오의 아들 이름>의 심장소리' 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고 스스로 사회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영화 전체의 진정한 'Il postino(우체부)'인 '네루다'가 섬으로 돌아온다. 그 곳에는 어린 '파블리토(새 희망)'와 '마리오(혁명가)'가 사랑했던 것들(사회주의의 인본주의적 아름다움)이 남아있다. 하지만 '마리오'는 없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꾸밈없는 사랑으로 태어난 새 희망을 전달한 'Il postino(우체부)'인 '루소'는 그저 담담하게 지나간 날들을 '네루다'에게 설명할 따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그녀의 입을 빌어 영화는 전달한다.

분쇄된 미완의 혁명과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희망,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말이다.

=====> 이 영화는 다시 한번 찬찬히 톺아보고 싶은 영화다.
지금의 영화평은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의 시대배경, 감독의 정치-예술적 성향, 이 영화의 배경에 되는 시기에 이탈리아와 칠레의 사회 배경 등에 대한 이해도와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쓰여졌다. 어떤 전제도 없이 영화를 본 후 그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데에 주력하였고 이와 같은 사실을 감안하여 이 글을 다소 미숙한  초고의 원고로 여기고 읽어줄 것을 부탁드린다. 필자의 논증이나 불층분한 증거를 토대로 한 감상에의 오류를 지적하여 주거나 보충하여 주는 것을 환영한다. 실제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므로 앞서 말한 증거들을 보충하여 후일 다시 한번 영화평을 쓰고 싶다. 그 과정에 수많은 논객들의 기여를 부탁드린다.

<"나의 우체부가 되어 줄 당신의 편지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