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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진실의 목격자들을 목격하다 [LEFT 21] 기고 글

레프트21 

서평, 《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진실의 목격자들을 목격하다


박용석| <레프트21> 35호 | 발행 2010-07-03 | 입력 2010-07-01


피에르 부르디외는 언론의 사회적 속성에 대한 텔레비전 담화 형식의 연설문이자 한국에도 번역 출판된 저서 ‘텔레비전에 대하여’에서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얼마나 쉽게 종속될 수 있는지 비판했다.

자유로운 언론, 언론의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1987년 거대한 민주화 투쟁을 통해서야 형식적인 자유를 일부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PD수첩>은 첫방송을 할 수 있었다. 

△《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김보슬 외, 북 폴리오, 1만 6천 원, 387쪽

그러나 최초의 기획자부터 송일준 PD, 김보슬 PD 등 <PD수첩>의 20년을 함께해 온 제작자들은 매번 진실을 정직하게 얘기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아야 했다. 천안함 의혹 제기, 광우병 위험 폭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고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을 다뤘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PD수첩>의 최초 기획자인 김윤영 PD는 “세상을 보는 눈이 있고 올바른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밝히고 알릴 수 있다면, 그게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직종이든 상관없이 당연히 해야 될 일이 아닌가” 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물음마저 제기하기 힘든 사회가 지난 20년,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다. <PD수첩>과 함께해 온 제작자들의 인터뷰에는 그 상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PD수첩>의 제작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고된 삶이었지만 보람된 삶이었다고 말이다. 1990년 5월 8일에 방송될 <PD수첩> 첫 방송의 예고편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차별과 편견이 없는 그런 세상을 위한’,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다짐들이 그 고통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보람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광우병 위험에 대해 폭로한 이후 PD들이 잇따라 보직 해임되는 상황에서 김환균 PD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한 발자국씩 걸어서 이만큼의 언론 상황을 만들어 왔지만, 되돌아가는 건 한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회복하는 데 또 20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짧아지지 않겠느냐”. 

들어가는 글에서 이주갑 MBC시사교양국장은 “회고로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성은 다짐으로 후회는 회초리로 바꾸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에게 호소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이 했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늘 누군가를 인터뷰하던 그들이 인터뷰 대상이 됐다. 그들의 존재, 그들의 역사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는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그 진실을 목격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