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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젊은대학/소심한 채플 저항 일기

[소심한 채플 저항 일기 2] 채플 결석해서 죄송합니다.

3월 20일 채플에 결석했다.

8학기가 넘도록 대학을 다니면서 4번의 채플조차 이수 하지 못한 나는 불성실한 학생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독 채플만큼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올해 들어 새롭게 추가된 채플의 이수 조항들은 이런 마음을 더욱 부추긴다.


명지대학교 당국이 밝힌 채플의 목적은


1)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높임

2) 올바른 세계관 정립
3) 인생의 비전 제시
등 세가지다.

'강제'란 전제만 없다면 나쁘지만은 않은 취지다.
그러나 '강제'란 전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나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 것은 지난번에도 언급했듯 출석 인정 시스템이 바뀐 것이다. 기존에는 출석 인증을 위해 학생증 전자카드 인증과 설교요약서 제출이 필요했다. 그러나 설교요약서는 백지로 내도 출결 인정에는 무방했다. 그 기준이 올해들어 바뀐 것이다. 

설교요약서는 반드시 30자 이상을 작성해야 출석 인정되며, 수업태도 불량시 결석처리 된다는 항목이 추가 됐다. 수업태도 불량의 기준은 수면, 리포트 작성, 게임, 핸드폰 사용 등으로 적혀 있다.  예전에 채플은 비기독교 학생에게는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자면 되는 시간'이었으나 이젠 그렇게 하면 결석 처리하겠단다.

그래서 꼬박꼬박 설교요약서 30자 이상을 채플 강제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데 할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강제로 이수시키는 채플에 출석해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한 다짐이었다. 타종교, 혹은 비종교인에게 무의미한 채플이란 강제 속에서 수업태도불량 기준에 들지 않고, 기독교와 타종교, 혹은 비종교의 관계 등에 대해 고민할 유익한 시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올바른 세계관을 정립하며, 인생의 비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굴종하지 않는 자로서의 인생을 살게 할 나름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결석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죄송하다. 나의 다짐이 종교자유권을 쟁취하기 위한 거창한 투쟁은 아니지만 그 길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 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공개적인 글을 쓰며 공약했다. 난 지난 채플에 결석함으로써 그 다짐을 소홀히 했다. 


종교와 신념의 자유라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약속을 소홀히 여긴 것에 죄송하다. 모순되고 소극적인 저항 방식이지만, 다짐을 지키기 위해 보다 열심히 채플에 출석하겠다 다짐한다.

그것이 우리의 신념을 자유케 하는 일에 보탬이 되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