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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젊은대학

9월 6일, 홍대 앞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 추모 집회 발언 中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천국이란 곳이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곳이 있다면, 부디 그곳으로 가는 길에서 마저 무거운 짐에 눌려 쫓기듯 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을 ‘88만원 세대’. ‘절망의 세대’라고들 합니다. 저장 공간이 2mb 밖에 안 되는 범죄자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인적인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할 길 없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절망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절망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IMF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말하고, 9월 위기설을 말합니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 처해있는 서민 가정의 생활고는 무시한 채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이윤을 위해 대학생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몬 대가입니다. 대학은 학문과 이성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은 타인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대학에 가는 것은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은 이제 등록금 일천만원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소탈을 쓰고 “나 팔아도 대학 못가요”라던 퍼포먼스는 이젠 우습지도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풍자해 ‘우골탑’이라 부르곤 하던 대학을 이제는 ‘인골탑’이라 부릅니다. 영혼을 팔지 않으면, 목숨을 팔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지금 우리들 앞에 있습니다.

한학기 500만원을 넘나드는 등록금을 감당할 길이 없는 ‘무능한’ 대학생들은 죄인이 되고 맙니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 또한 죄인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딸의 등록금을 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어머니의 이야기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우리들의 절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학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대학재단은 대학 운영 외에 1조 2천억 원의 돈을 재단전입금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시켰습니다. 대학을 더욱 시장화해야 한다며 미친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물가 인상 때문에’라는 궁색한 이유로 대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단의 배를 불리고 학생의 등록금으로 대학공간에 상업, 위락시설을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쥐새끼만도 못한 2mb 정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반값 등록금은커녕 정부의 교육재정지원을 반으로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대학자율화’, ‘국립대학법인화’를 부르대며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나의 촛불이 꺼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 여러분들이 그런 희망입니다. 지난 3월 대학의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에 맞서 등록금을 인하하고 정부의 교육재정을 확대하라 외치는 대학생들의 행동이 있었습니다. 시장의 논리로 이윤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으라는 미친정부의 미친소 수입에 맞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전남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전국의 수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하고 거리에서 함께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금메달 하나당 1%라는 올림픽 특수의 지지도 상승이 채 하루도 못 버티고 20%지지율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 어떤 공약도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는 것이 없는 지경입니다. 이름만 바꿔 여전히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민영화, 대운하 정책 모두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우리의 투쟁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생명들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으로 흘릴 땀방울보다 절망에 주저앉아 흘릴 피와 눈물의 양이 많아지게 해서는 안됩니다. 촛불은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더 이상 저들에게 우리 친구들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겨서는 안됩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대학과 정부에 맞서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모두가 함께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이라고 함께 외쳐야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함께 시련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싸울 때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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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6일 대학생 다함께 박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