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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동생이 죽어야 했는가.
- 죽은 동생의 영정 앞에서 하는 다짐.

팔촌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뭐 그런 일도 있군'하는 그저 그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은 좀 특이한 거겠지만,
할아버지의 사촌들이 한 동네에 모여 사신다.

명절이면 팔촌들과 친구처럼 친형제자매처럼
사방팔방을 헤집고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지난 추석에도 그 녀석의 수줍은 듯한 머뭇거림을 보며
이제 나이도 먹고 대학생도 됐는데, 좀 당당하라며
"추석지나고 서울가면 술이나 한잔 하자. 형이 사줄게"
라고 했었다.

그 녀석은 고개만 끄덕이며 또 수줍게 웃었다.
그 땐 그녀석의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슬퍼보였고, 기운 없어 보였던 그 웃음을 말이다.

그 녀석, 무에가 그렇게 고통스러웠는지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대학교 1학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다.

이유가 무언지 아무도 모른다.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자신의 흔적, 입던 옷가지, 쓰던 노트,
전공책, 사진 한장, 그 어느 것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없애버렸다고 한다.

어릴 적 살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한다.
이미 10년 전쯤 이사를 해서
어릴 적 기억만이 남아있었을 그런 곳에서 말이다.

그 녀석은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함께 뛰어놀던 그 동네 뒷산으로.
왠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꿈만 같던 그때의 즐거운 기억으로.
그런 곳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다.


88만원세대.
청년실업 400만.
살인적 등록금 인상.
매년 청년 실업자 100만명 증가.
1600만 노동자 중 950만이 비정규직.


경쟁에 뒤쳐지는 자는 죽으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을 심약했던 내 팔촌동생은 결국 스스로 버리고 말았다.

그 녀석이 심약했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사실 누구도 그 죽음의 문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꿈을 꾸어서는 안되는 그런 세상말이다.

나 또한 그렇다.
줄을 타다 한발 잘못 딪는 순간 그 곳은 천길 낭떠러지다.
이 줄을 끊어버리고 아래로 내려가자고
우리에게 이 죽음의 곡예를 벌이게 만드는 자들을 몰아내자고
줄 위에서 울며 소리친다.

내 입마저 틀어막으려는 저들의 손을 깨문다.
입술이 피로 물든다.
저들의 손에서 나는 피인지
내 입에서 나는 피인지
가시 박힌 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매달린 손에서 나는 피인지
분간할 겨를 조차 없다.

운다. 한없이 운다.
살아야 한다고 살아서 이 세상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우리들의 죽음의 곡예로 돈을 버는
저 악마들의 천국을 우리의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옥의 곡예를 끝장내야 한다고 말이다.


자본주의란 이름의 그것이 얼마나 지옥같은 것인지.

동생아 난
너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억압받는 이를 위해,
착취당하는 이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결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이 지옥을 끝장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자본가들이 악마에게 팔아버린 우리의 영혼을 
그 더러운 입을 찢고 그 육식을 찢어발겨서라도
그들이 훔쳐간 우리의 영혼을 되찾아 올게.



난 나와 나의 동지들이 우리의 영혼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의 영혼을 너에게 돌려줄게 동생아.


Posted by 아프로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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