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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살맛나는사회

24살 대학생의 꿈...(2008년 12월 11일 새벽 5시) - 20대, 88만원 세대, 청년실업시대, 비정규직. 그 공포에 대하여



어느날 문득...

대학교 교정에서
한 어린 학생이

몸에 시너를 끼얹고는
무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에 뒤섞인 외침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물었다.

삽시간에 불은 담배를 포함한 어린 학생의 온 몸을
휘감았다.

언론은 연신 보도해댔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을 비관한 한 학생의 비관 자살이라고,
세상을 암울하게만 평가한
사회에 부적응한 
어느 어리석은 아이의 행동이었다고...

하지만 그 어떤 언론에서도
이 불쌍한 아이가 외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이 아이를 아는 모두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이 아이가 외쳤던 말이

"자본주의를 끝장내고 해방을 이루리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였다고 말하며
이 학생의 죽음을 애도했지만

언론은 정치적 공세를 피는 일부 '빨갱이'들의
억지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이 어리석은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대중의 물결을 폭도라 부르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빨갱이'를 타도했다.

언론은 연신 보도한다.
'빨갱이' 타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정부를
찬양하며 기뻐한다.

이 모든 음모를 배후에서 조작한 북한을 침공하겠다는
공식발표...
무언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모두 '빨갱이'다.
그리고 그렇게 전쟁은 시작된다.

우습게도 대한민국이란 조그만 나라에서 시작된 전쟁이
전 세계로 번져나간다.

한 아이의 몸에서 피어오른 불씨가
전 세계로 번져간다.

온 몸이 뜨겁다. 꿈에서 깼다.
어리석은 어느 학생은 분명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렵다.
언젠가 나의 미래가 이렇게...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되려 몸에 시너를 끼얹고
언젠가 '열사'칭호를 받아
영원히 기억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유교적 관점에 일정부분 지배당하므로
불효막심하며
또한 혁명을 바라는 자의 의식으로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만다.

살아남아야 한다.
끝까지, 죽지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힘겨울 때.

그 삶의 끈을.
살아 남아 변혁을 이루리라는 꿈을.
한줌 재로 태워버리고 싶다는
절망에 사로잡힌 생각을 하게 된다.

꿈은 그것을
나의 나약함을 증명해 주었고
나는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다시 한번 날을 벼린다.

언젠가 결단의 칼을 휘둘러
나를 옭아매던 공포의 사슬을 끊어 버릴
그 날을 꿈 꾸길 다짐하며

다시 잠자리에 든다.
이 꿈이 단순히 꿈이 아니라
언젠가 보았던
어쩌면 앞으로 보게될 
'실제'
일지도 모른다며

눈물이 흐른다. 

2008년 12월 11일 새벽 5시,
 방년 24세 박용석의 암울한 꿈에 대한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