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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일상 속 이야기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꽃, 월드컵에 반전운동의 상징을 메고 응원가는 아가씨를 보다

언젠가 한국에 반전운동가들이 많이 늘었다. 물론 진짜로 반전운동가들은 부쩍 많이 늘었다.

이미 한국도 제국주의적 침략국가의 순위권에 드는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반평향으로 반전운동의 규모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다만 조금전의 말은 자신들이 반전운동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고 반전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 대해 조소를 담아 한 말이다. 오늘(12시가 지났으니 이제 어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은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 그리스 전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난감한 모습을 보고 말았다.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둘을 합쳐 극으로 가면 제국주의가 되겠죠) 꽃인 월드컵을 응원하러가는 한 여성이 캐피에(정확히 뭐라 부르는지는 아랍어라...)를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캐피에는 반전운동, 반제국주의 운동의 상징이다.

자국이 중동(이라크-아프가니스탄-팔레스타인 등)을 침략하거나 그 침략에 일조하고 있는
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이 자국 군대의 승리가 아닌 중동 저항군들의 승리를 지지하는 뜻으로 중동의 의상인 캐피에를 두르는 것이다.

바로 요렇게 생긴 목도리?다.
-실제로는 목도리가 아니라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두건이다. 목도리처럼 두르기도 하지만, 목도리라기 보다는 복면에 더 가깝게 두르고 다닌다.



위의 사진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집회 당시 '경계를 넘어' 활동가인 수진 씨의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2006년 12월 16일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다함께'의 김광일 씨다.
김광일 씨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범국민 대책회의의 행진팀장으로 마지막 남은 촛불 수배자이기도 하다. 
<출처: 위- 다함께 홈페이지 사진 자료실/ 아래- 김광일의 블로그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

그런 캐피에가 유럽에서 반전운동이 급격히 부상하던 그 때에, 한국에는 유로 패션이라며 은근슬쩍 상륙했다. 한 2006~7년쯤이었나 유명 인기그룹인 동방신기가 두르고 나오기 까지 했다.
그래서 한동안 반전집회에 갈 때도 캐피에를 두르는걸 삼갔었다. "저 아저씨 뭐야 지가 동방신긴줄 알아"라는 비난의 눈초리를 반전집회 가는 길 내내 느끼고 싶지 않아서였다.

소위 '니삘'이니 '유로삘'이니 상업적 유행에 유럽의 거대한 반전운동의 영향이 그저 유럽의 패션으로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패션아이템일 뿐인 캐피에를 월드컵 응원가며 두르건 말건... 사실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긴 하다. 그 사람은 캐피에를 그저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착용한 것일 뿐이니...말이다.

일하러 가는 길에 본 그 웃기는 모습을 생각하다...
그렇게라도 더 많은 사람이 반전운동의 상징인 키피에를 두르면, 전쟁과 침략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기업주와 국가의 지배자들이 벌벌떨까? 하는 웃기는 생각이 들다가... 말았다.

내 캐피에, 이집트 국제 반전회의에 갔을 때 이집트 현지에서 사 온 소중한 그녀석을 목에 두르고 나설 때마다 뭔가 모를 뿌듯함 같은게 있었다. 이제는 그 녀석을 두르고 나갈 때 사람들이 나를 반전운동가로 보는게 아니라 그저 유행만 쫓는 허영덩어리로 보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아가씨 그거 알까?
캐피에는 '자국의 패전 운동'의 상징...이기도 한데...
그 아가씨 한국이 그리스한테 지는 걸 바란게 돼버린거.. 알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