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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살맛나는사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 무한도전×2, 4096명 만들기 참가기.

예정된 장소에 도착한 나는 "여기가 맞나?" 하고 두리번 거렸다.

도착한 곳에는 이미 내 나이 또래의 전경들과 닭장차(이제는 철조망을 떼었으니 닭장차가 아니라고 우기지만, 닭의 털을 뽑아도 닭은 닭이다.) 수십여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그 곳이 오늘 무한도전의 도전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무척 추웠다. 이 추위에 오늘 예정된 4096명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주말 밤샘 아르바이트 덕분에 늦잠을 잔 나는 지각을 했기에, 예정된 시간이 꽤 지나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이 더욱 심하게 엄습해 왔다.

정부와 경찰당국의 방해로 결국 우리의 도전은 또 다시 좌절되고 만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배회하였더랬다.
마침 다행히 전화가 걸려왔다.

등록금 네트워크 등 대학생들이 오후 1시 보신각에서 진행한 등록금 인하 촉구 기자회견 이후 명동으로 인도를 따라 행진하고 있고다는 것이었다. 이에 경찰과 물리적 충돌 없이 합류하기 위해 장소를 급하게 명동성당과 우리은행 사이로 변경했다는 연락이었다.

사실 난 1시 집회에도 가기로 했었다. 물론 역시 늦잠을 잤기에 못 갔다.
아르바이트로 약간의 생계비와 활동비를 충당해야하는 88만원세대 활동가의 비애다.

도착한 곳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물론 주말 명동거리에 나들이 온 사람들과 뒤섞여 누가 참가자고 누가 나들이 온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이 가지 않았다.

지나가던 중학생쯤 되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전경에게 물었다.
"오늘 여기 가수 오는 거에요?"(본 예정지는 명동 '밀리오레' 앞이었기 때문에..)
그 중학생은 '원더걸스'나 '비'가 오길 바랬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곳엔 '원더걸스'도 '비'도 오지 않았다.

어떤 이들에겐 '원더걸스'와 '비' 못지 않은 인기를 호가하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왔다.


촛불 시민의 '비' = 강기갑 의원

촛불시민의 '원더걸스' = 이정희 의원

사실 그 날은 너무 추웠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진 못했다. 다행히 내가 앉은 자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발언대가 마련되어 움직이지 않은 채 멀리서 두 의원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고양이 가면을 쓴 수 많은 대학생들은 귀여운 구호를 외쳤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야옹" (OUT인지 야옹인지 애매하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구호의 포인트!!!)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더더욱 쥐어짜 재벌들에게 바치기에 바쁘신 그 얼굴 한번 뵙고 싶어서
지난 여름 목이 다 쉬도록 외치고
방망이와 방패에 온 몸이 망가지도록
오매불망 기다렸던 바로 그 얼굴을 본딴 가면들이 등장했다.

가면을 쓴 참가자들은 인기가요에 맞춰 춤을 췄고, 그 춤은 흥을 돋궜다.
의자춤으로 화제가 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가 반주였다.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자세히 보니 눈이 아니었다. 돈다발 갔기도 한 허연 물체가 하늘에서 팔랑거렸다.

누군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제는 업무를 쉬셔야 할 것 같다는 자신의 주장을 담은 익명의 전단지를
그 곳에 모임 시민들의 머리 위로 수백-수천장 뿌린 것이다.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와 저항의 결합이었다.

다만 아쉬웠다.
왜 우리가 이제는 정당한 우리의 권리를 위한 외침을 '은유'와 '풍자', 그리고 '익명'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우리가 정당한 우리의 권리를 위한 외침을 '은유'와 '풍자', 그리고 '익명'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일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일제교사를 반대한 교사들에게는 해직과 파면이란 징계가 가해졌다. 

공정한 언론이란 상식을 지키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 YTN기자들 역시 해직과 정직이란 징계를 받았다.

그나마 '익명'을 보장하여 자유로운 비판의 기능을 담당하던 인터넷 공간을 미디어 3개 악법을 통해 공중분해시키겠다 한다.

그리고 지난 여름,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 권력에 의해 폭행당하고 납치, 구금당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 답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스의 '노동자-학생-민중'들은 그 힌트를 주고 있다.